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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앞둔 정용진·정유경, 프리즈 서울에서 나란히…신세계의 '아트 동맹'이 읽히는 순간

by 뉴스맨7 2026.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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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 2026 현장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나란히 등장했다. 사업 구조를 완전히 분리하는 계열분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두 남매가 같은 무대에 선 것은 이례적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딸 애니(문서윤)까지 현장을 찾으면서, 이번 아트페어는 단순한 미술 장터를 넘어 재계 오너가의 관계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개막 첫날부터 유통업계를 이끄는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장 눈에 띈 건 신세계그룹의 위상 변화였다. 신세계는 올해부터 이 아트페어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격상됐는데, 국내 유통기업이 이 등급의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용진 회장이 파트너십 협의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사의 의미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오전에 찾아온 라이벌의 시선

프리즈 서울 개막 소식은 재계 안팎으로 빠르게 퍼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날 오후 직접 코엑스를 찾아 전시 작품을 둘러봤다. 전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작품을 꼼꼼히 살폈다는 후문이다. 다만 신세계 라운지에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 구도로 오랜 기간 경쟁 관계를 유지해온 두 그룹의 특성상, 신동빈 회장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취재진이 관심 작품과 구매 계획을 묻자 별다른 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는 전언이다.

신동빈 회장의 방문은 프리즈 서울이 이제 문화 행사를 넘어 재계 인사들의 네트워크 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사장에는 국내외 주요 갤러리와 컬렉터뿐 아니라, 각 그룹의 오너와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유통업계의 향후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는 장이 됐다.

 

3년 만의 공식 석상

오후 들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행사장에 함께 도착하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정유경 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 나선 것은 2023년 '신세계×프리즈 VIP 파티'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도 정용진 회장이 함께 자리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신세계그룹이 2030년까지 5년간 이어지는 장기 헤드라인 파트너십을 맺은 첫 해라는 점이 결정적이다.

두 사람이 이 자리에 함께 선 이유는 단순히 행사 참석 차원을 넘어선다. 신세계라는 브랜드 아래에서 각자의 사업 영역을 분리하더라도, 그룹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상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남매의 동반 등장은 계열분리 이후에도 이어질 '신세계'라는 이름표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프리미엄 전략의 중심축

유통기업이 왜 미술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지에 대한 답은 고객층에서 찾을 수 있다. 프리즈 서울에는 국내외 갤러리와 고액 자산가, 주요 컬렉터가 대거 모이는 자리다.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신세계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정용진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것은 고객의 '시간과 경험'이다. 백화점에서 펼쳐온 아트 마케팅을 그룹 차원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 이번 파트너십에 담겨 있다. 정유경 회장이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신세계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을 직접 이끌어온 점까지 고려하면 두 남매가 맡은 역할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각자의 길을 걷지만, 문화와 예술이라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한 팀으로 뭉치는 모습이다.

 

세계 최초 공개작이 걸린 라운지

올해 처음 선보인 '신세계 라운지'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룹이 쌓아온 공간 기획 역량을 집약해 '일상 속 예술 경험'을 구현한 독자 공간으로, 프랑스 작가 폴 콕스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가 수년간 매일 저녁 이어온 명상을 불투명 수채물감으로 기록한 'Diary' 연작 336점이 이번에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라운지 외관에는 대표작을 대형 이미지로 구현해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연출했다.

개막과 함께 배우 채시라, 손종원 셰프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단순한 VIP 라운지를 넘어, 문화와 상업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공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가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는 브랜드 경험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장치다.

 

오너가 3세의 등장

이날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정유경 회장의 딸 애니(문서윤)였다. 애니는 가수 활동과 함께 패션·문화 행사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온 인물이다. 어머니가 상징적으로 이끌어온 '아트 경영'의 현장을 직접 찾은 셈이다. 정용진·정유경 회장에 이어 오너가 3세까지 프리즈 서울을 찾으면서, 신세계가 문화·예술 분야에 두는 무게감이 더욱 실감 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의 경계는 갈라지고 있지만, '신세계'라는 공통 브랜드 아래 문화·예술에서는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3세대의 등장은 단순한 참석 차원을 넘어, 앞으로 그룹의 문화 전략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분할을 앞둔 선택의 의미

사실 두 남매는 이제 완전한 분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 연결고리인 SSG닷컴을 그로서리와 라이프스타일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나눠 갖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오는 10월 말 임시주주총회와 12월 1일 분할을 거치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과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계열이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이런 시점에 두 사람이 프리즈 서울에서 나란히 선 것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각자의 길을 걷되, 그룹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가 걸린 문화 영역에서는 여전히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프리즈 서울이 단순한 미술 장터를 넘어 재계의 관계망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 이유다. 앞으로 두 남매가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내면서 독자 경영을 이어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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