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개월 동안 접수된 주택임대차 분쟁이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을 넘어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은 총 971건으로 지난해 연간 952건을 초과했다. 전년 동기 484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퇴근길에 굳이 옛 동네를 지나쳐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는 중학교 2학년 딸의 학교와 학원을 옮기고 싶지 않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아들이 들어와 살 것"이라며 갱신을 거절했고, A씨는 결국 집을 비워줬다. 이후에도 A씨는 그 아파트에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퇴근길에 들르고 있다. 진짜 아들이 살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분쟁 유형별 급증세
분쟁 내용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계약서 해석을 둘러싼 '계약 이행 및 해석' 분쟁은 올해 95건으로 지난해 동기 43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계약 만료 후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보증금·건물 반환' 분쟁은 330건으로 전년 동기 155건 대비 112.9% 증가했다. '계약 갱신·종료' 분쟁도 131건으로 101.5% 늘었다. 계약서의 특정 문구를 두고 해석이 갈리면서 발생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의 뒤집힌 의도
이 모든 분쟁의 중심에는 6년 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이 있다. 세입자가 요청하면 2년 단위로 한 차례 계약 연장이 가능해 최장 4년 거주가 보장되는 제도다. 도입 당시에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예외 조항이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 목적으로 비워줄 것을 요구하면 갱신 거절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거주 목적'이라는 추상적 표현 때문에 집주인은 합법적으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세입자는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는 구조적 모순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책 변화가 낳은 누더기 구조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정책 환경이 갈등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시행된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가 신설되면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매매가 어려워졌다. 매수자가 실제로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기존 세입자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여기에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겹치면서 매도를 서두르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충돌이 더욱 빈번해졌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유예 기간과 예외 요건이 달라져 거래 당사자들이 매번 새로운 조건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세입자들의 자체 검증 방법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기 전에 세입자들이 스스로 확인 방법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야간에 집 앞을 방문하거나, 전입세대열람원을 발급받아 거주자 변동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일부 집주인이 아들이 입주하지 않고 집을 비워둔 채 다시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적발되면서 세입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한국부동산원과 LH가 2020년부터 운영하는 조정 기구로,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소송보다 절차가 빠르고 비용 부담이 적어 갈등 발생 시 가장 먼저 찾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법 제언
강대식 의원은 반복되는 정책 변경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갈등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측 가능한 정책 설계를 통해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체결 단계에서 갱신 거절 사유 발생 가능성을 명시하고, 실거주 의무 위반 시 위약금 조항을 포함하는 등 사전 방지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의 실거주 예외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 심화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분쟁 접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세입자들의 불안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거래가 늘어나면 계약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들고, 이는 다시 분쟁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거주 환경이 단순한 계약 문제를 넘어 삶의 기본 조건이라는 점에서, 전세 시장의 변화와 제도 개선 흐름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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