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실제 근무한 기간이 단 1개월뿐인 외국인 2명이 추납 제도를 활용해 119개월치 보험료를 일시 납부하고 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추납 신청은 9년 새 17배, 장기 추납은 36배 이상 폭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실이 확보한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추납 신청 건수는 2016년 87명에서 지난해 1517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994명이 새로 신청하면서 연말 최다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포착된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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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납 제도의 본래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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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납은 가입자가 실직이나 사업 중단, 질병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공백 기간을 추후에 메울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층이 가입 기간을 늘려 노후 소득을 보강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은퇴를 앞둔 자영업자나 경력 단절 여성에게 필요한 합법적 장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제도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변질된 지 오래라는 점이다. 고소득층이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노려 수천만 원 단위로 몰아내는 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수년째 제기돼 왔다. 이번에 확인된 외국인 사례는 그 변질의 정도가 국경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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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근무, 119개월 추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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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수령 중인 외국인 가운데 실제 보험료 납부 기간이 1개월인 사례가 2명 확인됐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 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해 짧게 일한 뒤 가입 자격을 얻고, 이후 출국 상태에서도 119개월치 보험료를 일시에 추납했다. 약 10년 치를 한 번에 내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런 행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국내 거주 요건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지침은 외국인이 한국을 떠난 뒤에도 추납 신청을 허용했고, 국내 체류 이력만 있으면 가입 기간 전체를 소급해 채울 수 있었다. 한 달의 근무 이력이 10년 치 연금을 살 수 있는 자격 요건으로 작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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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사이 36배 증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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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추납 사례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100개월 이상 추납한 외국인은 2016년 6명에서 지난해 221명으로 늘었다. 약 36배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만 132명이 이 구간에 해당해 지난해 전체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50개월 이상 추납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715명, 올해 상반기 433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증가 배경에는 정보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 잠시 체류했던 외국인들이 모국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국민연금의 추납 제도를 공유하면서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 수급액이 환율과 물가를 감안해도 자국 통화 기준으로 매력적인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자, 노후 보장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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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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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납 행태가 지속되면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연금 재정은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구조라, 적은 금액을 내고 긴 가입 기간을 인정받는 사례가 늘수록 전체 재정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다. 결국 미래 세대의 보험료 인상이나 수급액 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형평성 측면의 문제도 크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추납 보험료를 일시에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자금 여유가 있는 계층으로 한정된다. 저소득층은 제도를 알고 있어도 목돈이 없어 활용하지 못하는 반면, 자본이 있는 외국인이나 고소득층만 수급권을 선점하는 역전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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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요건 개선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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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부터 국민연금공단 지침을 개선해 외국인의 추납을 국내 실거주 기간으로 제한했다. 한국에서 실제로 거주하며 일했던 기간에 대해서만 추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출국 후 무제한 추납을 가능하게 했던 기존 제도의 구멍을 막은 조치다.
다만 개선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1개월 근무로 119개월을 추납한 사례자들이 국내 실거주 기간이 길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검증할 행정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병훈 의원은 추납 제도가 외국인의 연금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 점을 지적하며, 국정감사에서 제도 전반의 보완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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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난제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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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례는 국민연금 개혁이 왜 난항을 겪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제도를 급격히 바꾸면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느슨하게 운영하면 새로운 꼼수가 생겨난다. 외국인 연금 문제는 국제적 형평성 논의까지 얽혀 있어 단순한 제도 수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 안전망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모든 가입자에게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리면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지침 개선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추가 허점은 없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과거에 이미 추납을 마친 외국인 수급자들에 대한 관리 방안도 별도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연금 제도의 사각지대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이번 외국인 추납 사태를 계기로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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